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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 살고 있다

다이소 갔는데 뭐 살지 까먹었을 때 사야하는 것 (feat. 봉숭아물들이기)

평화로운 어느 주말, 여지없이 한 시를 넘어서 기상했다.

사야할 게 있어서 다이소에 들렀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무얼 사러 갔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10분을 넘도록 1층과 2층을 방황하면서 기억을 더듬었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봉숭아 물들이기나 해 보려고 샀다. (?????)

 

 

사실 영지버섯이란 친구가 그거나 사보라고 해서 천 원밖에 안 해서 한 번 사봤다.

집에 돌아왔다.

손을 씻는다.

 

 

여기에 저 제품을 바를 예정이다

그리고 이제 제품 뒤의 봉숭아 물들이는 방법을 읽어보자.

 

 

내용물을 물과 섞어야 하는데,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반죽을 하란다.

다시 말해 '적당히' 하란 소리. 소비자에게 '적당한' 양을 덜어 '적절히' 제조하는 것을 요구하다니.

소비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계량법을 권장하고 있다.

너무 극혐이지만 천 원짜리니까 눈감아 주도록 한다.

 

 

뜯어서 작은 통에 탈탈 털어 넣어본다.

분말 형태로 되어 있고 분말의 색은 사진에 보이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살짝 목재 냄새(?)가 난다.

 

 

이걸 어디다 바르라고 요만큼만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천 원짜리니까 또 봐준다. (많은 거였어 병신아...)

분말을 맛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여기에 물을 조금씩 부어서 반죽을 해본다.

 

 

바보같이 물 붓기도 못한다.

서브웨이에서 받은 냅킨을 깔고 다시 물을 첨가해주고

면봉으로 반죽을 시도한다.

 

 

정말 똥같다.

이 반죽이 손톱을 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반죽이 너무 질다는 느낌이 강해 물을 조금만 더 부어본다.

 

 

좀 더 묽은 똥이 되었다.

이제 아주 '적당한' 반죽 상태가 된 듯 하니 손톱에 처발라보자.

 

 

똥을 손톱에 얹으니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비주얼이 가관이다.

봉숭아 물을 들이는 건지 똥물을 들이는 건지...

냄새가 안나서 다행이다.

설명서에는 연하게 하려면 10분, 진하게 하려면 30분을 하라고 작성되어 있으니

나는 '적당히' 20분 후에 물로 저 똥을 씻어보기로 했다.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굳어버린 똥을 씻어 본다.

 

 

색이 정말 잘 나온듯 하다. 너무 잘 나와버렸다. 당장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

내 예상보다 더 진한 색이다. 이건 아닌것 같다. ㅠㅠㅠㅠ

사진으로는 더 연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세 배는 더 진한 색이다.

나는 그저 은은하고 연한 색을 기대했다.

내일 사무실에서 양 옆 차장님들께 웃음을 선사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오른손에 바를 똥이, 아니 발톱에 까지 바를 수 있는 양이 남아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오른손에도 같이 바르지 않은 20분 전의 나를 칭찬하며 남은 똥을 버린다.

 

 

무지성 봉숭아 물들이기 구매를 후회하고 있다.

내일부터는 땀이 차더라도 왼손은 주먹쥐고 다닐 예정이다.

하지만 안 해본 분들께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시 인생을 사는데 의욕도 희망도 없고 열정도 없고 재미도 없고 돈도 없다면...

그렇다면 한 번쯤 해보길 권장한다. 단 돈 천원으로 기분전환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