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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으면 라이딩도 갔었고

시골길 밤바리 (시골길&산길은 낮바리로 가도록 하자...)

코로나의 영향으로 내내 방안에만 있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헬멧을 쓰고 말았다.

심지어 날씨도 많이 풀려서 낮바리는 물론 밤바리하기에도 최적의 날씨이다.

오늘 나가지 않으면 후회할 듯해서 바로 나갔다.

목적지는 따로 없고 시골길 위주로 경로를 설정해서 출발!

생각없이 무작적 출발하고 보니 깜깜한 밤이다. 시골길에 불빛 하나 없이 어둡다.

그래도 자동차도 없고 한적하니 여유롭게 달리기엔 정말 최고였다.

어떤 마을 회관을 지나서... 불빛이 아예 없어지고 깜깜해지더니

소의 똥으로 추정되는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바이크 라이딩만이 느낄 수 있는 후각의 미학이라 그 순간 마저 즐겨야 한다. 개소리

이왕 바깥 공기 제대로 느낄 겸 헬멧 실드를 위로 올려본다...가 다시 내린다. (소똥 너어는 진짜...)

헤드라이트에 살짝 비치는 시골길 옆의 축사가 내 코를 더 민감하게 하는 듯 하다.

축사를 지나고 양옆으로 밭인지 논인지 깜깜해서 보이진 않지만 참 한적한 동네를 지난다.

그러던 중 외롭게 홀로 서 있는 가로등을 만났는데, 오랜만에 밤바리 나온 기념으로

사진 촬영이나 하려고 오토바이를 잠시 세웠다.

 

 

 

새로 산 헬멧이 사진빨을 참 잘 받는 듯 하다. 색이 이뻐서 그런지...

헬멧의 사진빨이 주인을 닮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직은 사진만 봐도 겨울의 건조하고 찬 바람 내음이 느껴진다.

어서 날이 따뜻해져서 푸르고 촉촉한 배경으로 오토바이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ㅠ

 

가로등 반대편에는 저 멀리에 아파트 불빛이 조금 보일 뿐, 가까이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요즘들어 보기 힘든 별도 이따금씩 반짝여서 내 눈을 더욱 즐겁게 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기분 좋게 달리는데...

T-map은 잔인하게도 당장 귀신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산길을 안내해 주었다.

밤의 시골길은 그렇다 치고, 밤에 바이크로 달리는 산길은 어둡다 못해 음침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산길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산길을 빠져나와 마을의 불빛을 만날 때까지 계속 소름이 돋았다.

정말이지 짐승이든, 귀신이든, 사람이든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정말 강렬하게 들었다.

그런데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지나가고 나니 그 짜릿한 기분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다음에 또 밤바리를 가면, 산길을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찬 바람을 맞으며 집에 도착하고 나서 편의점에 들러 식량을 챙긴다.

"봉지에 담아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나에겐 라이더용 장바구니가 있다. 나를 바이크에 입문시킨 유튜버에게 배운 스킬이다.

 

 

지루하기만 할 것 같았던 오늘 하루는 생각보다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만 같다.